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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덕수 후보의 공약: 대통령 권한 축소와 국회 권한 강화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대권 출마 선언 이후 정치 구조 개편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국회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더 이상 제왕적 대통령제에 의존하지 않는 권력 분산형 정치 체제를 구축하자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는 "권력은 한 손에 집중되어 있을수록 위험하다"며 국회 중심의 책임정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의원내각제 또는 그에 가까운 분권형 개헌을 통해 권력의 균형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향후 헌법 개정 논의의 물꼬를 트겠다는 포부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은 권력구조 개편은 단지 정치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오랜 기간 한국 정치가 안고 있던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분권형 개헌과 의원내각제의 차이: 포장지만 다를 뿐?

    많은 정치인들이 말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외형상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실질적인 행정 권한은 총리에게 분산하는 절충형 모델입니다. 하지만 이 구조는 실제로는 의원내각제와 상당 부분 유사한 운영 원리를 따릅니다. 즉, 대통령은 상징적이고 외교·안보에 한정된 역할만을 수행하며, 나머지 정책과 내치(內治)는 총리가 주도하게 됩니다.

     

    분권형 개헌은 정식 의원내각제로의 전환보다는 정치권의 타협을 반영한 한국식 절충 모델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결국 총리가 내각을 이끌고 국회 다수파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국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의원내각제에 가까운 제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총리의 역할: 상징인가 실권자인가?

    대통령제 하에서는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보좌자이자 행정부 내부 조정자의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내각제 또는 분권형 개헌 하에서는 총리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총리는 국정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최고 행정 책임자가 되며, 각 부처 장관들의 업무를 총괄하고 의회와 소통하는 중심축 역할을 맡게 됩니다.

     

    즉, 대통령 중심제의 총리가 ‘대통령의 그림자’였다면, 내각제에서는 총리가 '정권의 얼굴'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총리가 곧 정권의 성패를 좌우하게 되고, 국민은 정당을 통해 간접적으로 총리를 선택하게 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총리의 역할은 단순히 행정조정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중심에 서는 것과 같습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총리 vs 국회가 선출하는 총리

    대통령이 임명하는 총리는 행정부 수장이라기보다는 ‘정무적 조율자’입니다. 그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의 인준을 받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어 자율성은 제한됩니다. 특히 대통령과 정치적 코드가 맞지 않으면 총리의 권한은 형식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국회가 선출하는 총리는 내각제의 핵심입니다. 그는 국회 다수당 또는 연립 정당의 합의로 선출되며, 국회의 신임을 기반으로 권한을 행사합니다. 의회와의 정치적 일체성이 강하므로 정책 추진력이 높고, 동시에 책임 정치가 가능합니다. 실패한 정책에 대해서는 곧바로 불신임을 통해 교체할 수 있어 견제 장치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정치적 유연성은 있으나, 반대로 의회 내 합의가 되지 않으면 정국이 마비될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국회 권한이 강해질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국회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해질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는 바로 ‘정쟁 정치’입니다. 다수당이 내각을 장악한 상황에서 야당과의 소통 없이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거나, 반대로 다수당이 없을 경우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무기력한 정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 정치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간 극심한 갈등이 표출되며 입법 마비 사태가 발생하고, 검찰청법이나 방송 관련 법안 등에서 다수당의 일방적인 입법 추진이 비판을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고위직 인선을 반복적으로 반려하거나 정치적 목적의 청문회가 과열될 경우, 행정부의 기능 자체가 정지될 위험성도 존재합니다.

     

    국회의 권한 확대가 반드시 정치적 진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당 정치의 질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권한 집중은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즉, 권력 분산과 국회 중심 정치가 성공하려면, 책임 있는 정당 문화와 정치적 성숙도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제도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 문화의 개선

    한덕수 후보의 공약은 단순한 권력 배분이 아니라, 정치의 본질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하는 방향은 타당하지만,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정치가 저절로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분권형 개헌이든 내각제든, 핵심은 권한에 맞는 책임과 성숙한 정치 행위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금의 정치적 갈등과 비효율을 타개하기 위한 구조적 해법으로 권력 분산은 반드시 필요한 시점입니다. 하지만 권력의 이동만큼 중요한 것은 정치의 질입니다. 유권자의 의식과 정당의 책임정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떤 제도도 근본적인 개선을 이끌 수는 없을 것입니다.